익숙함과 변화
찬미예수님! 모든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익숙한 그 무엇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것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장소가 될 수도 있으며, 생활이 되기도 하겠죠. 이렇게 익숙함 속에서 계속 살아가다보면, 때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그것이 지니고 있는 소중함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익숙함이라는 함정에 속아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익숙함이 우리에게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익숙함에서 떠나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곧 변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익숙했던 사람과 잠시 떨어져서 지내보고, 익숙했던 장소를 잠시 옮겨보며, 익숙했던 생활에서 벗어나보면 비로소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아주 소중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변화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던 익숙함을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서 우리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함을 버리고 매 순간 변화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기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삶은 안정적이지 않고 언제나 모험을 동반하는 것이기에 우리 내면에는 늘 불안한 마음이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의 삶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다시 익숙함에로 돌아가곤 합니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운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그 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의 인생은 익숙함과 변화됨의 연속되는 삶이 아닐까요? 익숙함을 살다가 변화된 삶을 통해 한층 성숙해 집니다. 그러다가 곧 익숙함에로 돌아왔다가 다시 익숙함을 벗어나 변화된 삶을 통해 성장해가는 것, 이것이 우리의 인생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오르십니다. 일상생활을 해오던 익숙한 장소인 땅을 벗어나 전혀 경험이 없는 변화된 장소인 높은 산으로 발걸음을 옮기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동안 경험해 왔던 제자들의 익숙함을 벗어버리고 그들에게 새로이 변화된 삶을 보여주십니다. 이 변화된 삶은 바로 하느님 체험입니다. 이를 통해서 제자들은 그동안 쉽게 느끼지 못했던 익숙함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고, 변화된 삶을 통해서 성숙한 신앙인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에게는 아직 발 딛고 살아가야할 땅이라는 익숙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익숙함에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변화를 체험했던 제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익숙함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익숙함을 더욱 소중히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있을 또 다른 변화를 기다리게 된 것입니다.
익숙함과 변화는 우리 삶을 이루는 두 가지 큰 기둥입니다. 익숙함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하루하루 겪게 되는 작고 소소한 삶의 조각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또한 변화는 우리를 하느님의 참된 자녀로 성장시켜주는 새로운 체험입니다.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하느님을 만남으로써 좀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우리를 변화시켜 줍니다. 익숙함과 변화됨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생각하고, 하느님 안에서 늘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남성동 본당 보좌 이승준 도미니코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