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앙을 드러냅시다.
찬미예수님!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공현이란 “나타남 혹은 나타내어 보여줌”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주님 공현 대축일은 아기 예수님께서 세 명의 동방박사, 즉 가스팔, 발타사르, 멜키올을 통해 이 땅을 구원하러 오신 메시아이심이 드러나게 된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다시 말해 구세주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게 된 것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탄생과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전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헤로데가 유다의 임금으로 있던 시절에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러자 동방의 박사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그분의 탄생을 알아차리게 되어 예루살렘에 있는 왕궁으로 찾아갑니다. 왜냐하면 임금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고, 임금이라면 당연히 왕궁에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당시 예루살렘의 왕궁에서는 아무도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방박사들은 별이 인도해주는 길을 따라 베들레헴으로 향합니다. 이때 헤로데는 아기에 대한 것을 자세하게 묻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왕권을 위협할 인물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점에서 헤로데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는 결코 지상의 왕노릇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통치와 그분의 왕권을 이 땅에 실현하고자 메시아로서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왕권은 세상의 왕권과는 다릅니다. 부귀와 힘으로 얻는 왕권이 아니라 그분의 왕권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헤로데의 착각은 후에 수많은 아기들을 학살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였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일을 겪고 나서 동방박사들은 동방에서 본 별을 계속 따라갑니다. 그 별은 베들레헴의 한 마굿간 위에서 멈춰서 반짝였습니다. 그러자 박사들은 마굿간의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뵙고 경배합니다. 이때 그들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수님께 예물로 드립니다. 황금은 왕에게 드리는 선물로서 예수님께서 참된 왕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향은 향을 피워 하느님께 바치는 것으로서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몰약은 죽은 사람들에게 바르는 것으로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죽음을 상징합니다. 이를 그분께 드리는 것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요, 왕이시지만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그들이 예물을 바친 것은 예수님은 참된 하느님이시요, 참 사람으로서 우리를 구원하실 왕, 바로 메시아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배를 마친 동방박사들은 자신들의 고장으로 돌아갑니다.
오늘은 공현의 의미에 대해서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공현이란 앞서 말씀드렸듯이, 나타남 혹은 나타내어 보여줌을 뜻합니다. 그중에 두 번째 의미인 나타내어 보여줌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는 무엇을 나타내어 보여줄 지와 누구에게 나타내어 보여줄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를 우리 신앙생활에 접목시켜 보면 우리가 무엇을, 혹은 누구를 나타내어 보여주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나타내어야 할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며, 나타내어야 할 것은 바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입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야 하겠습니까? 이는 하느님을 만나기에 부끄럽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을 만나기에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면 죄를 통해 하느님 앞에 나서기가 불편한 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만나기에 힘겨워하는 이들은 시간적 여유나 여러 다른 이유로 하느님과 멀어지는 이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어떠한 죄도 용서해 주시고, 우리의 삶을 늘 돌보아주시고 함께 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님들 그리고 자매님들. 우리는 하느님을 우리 각자의 말을 통해서도 드러낼 수 있지만 믿음과 실천은 함께 가야 하기에 삶으로도 신앙을 드러내야합니다. 우리가 삶으로 신앙을 드러내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교구 사명선언문의 표어입니다. 그리고 그 선언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의 신앙을 드러내는 방법이 더욱 잘 나타납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이번 한 주간 주님공현을 삶으로써 실천하시길 기도합니다.
서문동 본당 보좌 류성태 안드레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