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 전반부는 초대받은 이에게 주시는 교훈이고, 후반부는 초대하는 자에 대한 훈계입니다. 먼저 초대받은 자에게 주시는 교훈을 들여다봅니다. 예수께서 바리사이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고 그 집으로 들어가셨을 때, 아마도 다른 바리사이들은 자리 때문에 옥신각신 했던가 봅니다. 이를 보신 예수님께서 초대를 받거든 낮은 자리를 차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잠언에도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임금 앞에서 잘난 체하지 말고 지체 높은 이들 자리에 서지마라. ‘이리 올라오게!’하는 말을 듣는 것이 귀족들 앞에서 하대받는 것보다 낫다.”(잠언 25,6-7)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말씀의 후반부는 초대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초대를 할 때는 갚을 수 없는 자들을 초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자기들끼리만 서로 초대하고 놀지 말라는 말씀이지요. 장애인들은 전쟁의 의무에서도 제외되었지만 공동식사에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없던 당대의 상황이었습니다. 오히려 죄를 지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서 공인된 죄인 취급을 하였던 것이지요. 하느님의 뜻을 가장 잘 아셨던 예수께서는 이들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들임을 깊이 깨닫고 계셨고, 그들과 어울리는 것을 조금도 꺼림칙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불쌍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초청하는 이들에게는 부활 때 하느님께서 보상하실 것이라고 약속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말씀의 핵심은, 사람살이에서 필요한 미덕은 겸손이라는 가르침과 보잘 것 없는 이들에 대한 관심입니다.
어느 날,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큰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에는 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때 독수리는 이 벌레를 보자 거만하게 웃으며 놀려댔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아!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기는 것말고 무엇이 더 있니?” 커다란 독수리는 벌레를 놀려대면서 날아다녔습니다. 잠시 후 독수리는 아름다운 날개를 위풍당당하게 펴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어디선가 화살이 하나 날아와 독수리의 배에 박혔습니다. 독수리는 상처를 입고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독수리가 죽어가고 있을 때, 벌레가 기어와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난다는 것은 특권이지만, 때로는 기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그리스도인의 첫째 미덕은 겸손이요, 둘째 미덕도 겸손이며, 셋째 미덕도 겸손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왜 이렇게 그리스도교에서 겸손을 강하게 추천할까요? 그 이유는 겸손해야 만이 하느님의 뜻을 수용하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어머니 성모님께서 만일 겸손하지 않으셨다면,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말씀하실 수 있으셨을까요?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으셨을 것입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당돌하게 대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나보고 죽을 수도 있는 일을 받아들이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그러나 그분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지요. 다만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셨습니다. 첫째 여자 하와는 교만의 유혹에 빠져 이 세상에 죽음이 들어왔지만, 둘째 하와 성모님은 겸손하시어 이 세상에 생명이 들어오게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생명이 들어오게 하는 힘인 겸손이야말로 그리스도교의 첫째 미덕으로 추천되는 이유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14,11)
봉화 본당 박윤정 바오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