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운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마흔여덟 번째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입니다.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평신도 주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주님께서 평신도들에게 바라시는 평신도 사도직의 사명을 기억하면서 1968년 한국주교 회의에서 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평신도는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백성들 중에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앙인들로서, 세례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성직자와 더불어 그리스도를 세상에 증언하고 복음을 선포할 사명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평신도는 사랑의 공동체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더불어 친교를 맺으며 기쁨과 희망과 평화를 향해 주님의 날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해부터 2년에 걸쳐 선교의 해를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선교의 시작해로서 용기와 기대를 안고 본당마다 선교위원회를 중심으로 열정적으로 움직였고 결과는 2010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던 세례자 수가 5년 만에 반등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열정이 조금은 식고 에너지도 줄어들어 주춤하는 현상을 보입니다. 선교열정이 우리 기분에 따라 확 달았다가 식었다가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해야겠지요.(2티모 4,2참조) 그리고 선교를 사명으로만 생각한다면 힘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느낀 하느님의 자비를 이웃이 함께 느끼도록 해 주자고 하면 마음과 발걸음은 가벼워집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는 말씀처럼 물질적으로 가난한 이에게는 기본적으로 베풀어야 하고 물질의 풍요 속에도 영적으로 가난한 이가 의외로 많음을 생각하고 예수님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자비로움은 약한 마음과 영혼의 병을 치유해 준다는 것을 알려줍시다. 너무나 익숙하여 다 아는 것이지만 진리는 실천적 삶을 토대로 하기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자비로 말하고 모든 연민을 피하지 않으셨습니다.(마태 9,36)
돈의 노예였던 자캐오와 마태오가 오직 세상 것에서만 행복을 찾던 간음한 여인과 막달라 여자에게 자유를 주셨고, 주님을 배반한 베드로를 눈물 짓게 하셨고 회개하는 도둑에게 천국을 약속하신 그 자비를 우리도 삶에서 수없이 입고 있음을 깨닫고 우리 자신도 그리스도의 자비를 베푸는 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아니 그리스도의 자비 그 자체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과 동행하면서 성경말씀을 들려주고 잊고 있었던 것을 깨우쳐 주고 눈을 뜨게 해주신 그 자비를 우리도 실천해야 합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모두가 자기 일에만 몰두하여 술이 떨어진 사실을 몰랐으나 아들 예수님께 이 사실을 알려 난처하고 당황스러웠을 주인을 어려움에서 구해주신 성모님의 자비를 본받아 우리도 이웃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눈여겨보고 보살펴야겠습니다.
신앙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신앙을 가르쳐 주고 신앙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용서하고 참고 견디고 베푸는 사랑의 실천인 자비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자비롭고 연민 어린 사랑을 드러내 보이느냐에 따라 교회를 신뢰하는 정도가 정해집니다.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 홀로 버려진 사람들, 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거나 용서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한 사람들에게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가 더욱더 잘 드러납니다. 우리 안에 심어주신 예수님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눈으로 그들을 보아야 합니다.(「자비의 얼굴」참조)
복음의 핵심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입니다.(요한 3,16-17참조) 형제를 향한 따스한 얼굴 그것이 바로 자비의 마음입니다. 자녀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늘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그 누구도 하느님의 자비에서 배제될 수 없음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자비의 몸짓은 주춤하거나 멈출 수 없을 것이고 우리는 기쁘고 떳떳한 그리스도인으로 살 것이며 진정한 행복을 만날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마태 5,7)
천주교 안동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이한양 그레고리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