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따로, 생활 따로”
오늘 독서와 복음을 통해서 하느님께 대한 우리 자신의 신심을 점검해 봐야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라’는 십계명의 1계명을 이야기합니다.
위선자! 사전에 찾아보면 ‘겉으로 착한 체하지만, 실제로는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마르 7,6)하고 말씀하시며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를 질책하십니다. 이어서 오늘 복음에서 마르코 복음 7,6절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라고 하신 이 말씀은 이사야서 29,13의 말씀을 빌어 다시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 나타나는 현상은 사람들의 삶은 구약시대에만 그런 것만도 아니었고, 신약의 예수님 시대 때만의 현상도 아니었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다면 어느 한 시대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구약시대에서부터 신약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계속되는 문제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 인간들은 항상 하느님께 대해서 배신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자신들의 삶을 살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가톨릭 신자인 지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이름이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이름을 바꾸었냐고 했더니 원래 자기 이름이 지금의 이름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왜 갑자기 다시 옛날 이름으로 되돌렸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하는 일이 왠지 자꾸 꼬인다는 겁니다.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소위 말해 우리 신자들은 그렇게 표현하지요, ‘아는데 물어보러 갔다’고 말입니다. 점쟁이한테 가서 물어봤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꼭 단서를 답니다. “내가 스스로 혼자 찾아간 게 아니고 나는 안 가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가 가는데 한사코 같이 가달라고해서 마지못해 따라갔었다.”고 말입니다. 말은 그럴 듯합니다. 자기 합리화는 어찌 그리 잘 하는지…. 그래서 친구 따라 가줬는데 그 점쟁이가 자기도 봐줬다고…. 그랬더니 점쟁이가 이름을 바꾸라고 하면서 원래 이름이 더 낫다고 해서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전 이름은 왜 바꿨냐고 했더니 역시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원래 이름도 점쟁이가 안 좋아서 바꾸라고 해서 바꾸었는데 바꾼 이름을 다른 점쟁이가 좋지 않다고 해서 다시 되돌렸다는 겁니다. 저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혼란스러웠죠. 왜냐하면 이분이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앙심이 어느 누구보다도 깊은 듯이 이야기하는 겁니다. 자기네는 선대부터 신자 집안이라서 자기는 모태신앙으로 유아세례를 받았고, 어느 어느 신부님과도 친하다고 나열을 해가면서 자랑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최고의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최고의 신앙인처럼 말을 하는 겁니다.
제가 예로 든 이 이야기가 단지 이 분, 한 분만의 모습일까요?
위선자의 모습. 위의 이야기는 얄팍한 우리들 신앙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지요. 핑계로는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살기 위해서 꼭 그런 식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아닌 척, 열심한 척, 고고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곪아 들어가는 그러한 우리 영혼을 생각해 본다면 정말 새롭게 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듭니다.
돈, 권력, 명예 여기에 하나 더 붙인다면 건강이라는 것. 이러한 것들이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어느덧 하느님보다도 더 위에 서있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신앙인들의 모임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교회 내에서도 말이죠. ‘이러고도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주님의 자녀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2독서의 야고보서의 말씀을 새겨봅시다.
“여러분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십시오. 그 말씀에는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야고 1,21-22)
구담 본당 신기룡 안드레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