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없는 양들을 어이할꼬!
공소 교우님들! 그리고 하느님의 창조 질서 보존에 제일 큰 몫을 하고 계시는 농민 교우 여러분들, 안녕하셨습니까? 두 달 이상을 끌어 온 메르스와 전쟁을 치르랴, 마른 논과 밭에 물대며 대처로 나간 자식들 걱정하랴 잠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인생길의 한 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타는 가뭄은 막 시작된 장마가 몰고 올 단비가 적당히 내려 해갈되고, 우리를 두렵게 만들었던 메르스도 사그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일 우리는 더디 가고, 덜 먹고, 덜 입더라도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것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길이라는 예언자 아모스의 선포를 전해 들었습니다.(아모 7,12-15) 한편 복음을 통해서는 율법의 허구성과 낡은 질서를 타파하기 위해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전대도 심지어 여벌옷도 지니지 않도록 당부하며 제자들을 파견하셨던 예수님을 기억합니다.(마르 6,7-13) 팍팍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살면서도 옛 사람들처럼 지금 여기 우리에게도 그날의 약속과 선포가 이루어지리라 믿으니 위로와 희망을 얻게 됩니다.
연중 제16주일인 오늘은 제1독서를 통해 최선을 다해 돌봐야 할 양떼(백성)를 오히려 흩어 버리고 몰아냈으며, 보살피지 않는 거짓 목자(임금)를 벌하시겠다는 분노어린 하느님의 경고를 듣습니다.(예레 23,1-2) 또 지배층을 두둔하고 그들의 편에 치우쳐 말하고 행동하던 사람들은 벌하시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는 “주님은 우리의 정의라 부르게 될 것”이라고 약속(예레 23,5-6)하시니 위안을 얻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허구 가득한 율법과 낡은 질서에 맞서도록 파견 했던 제자들을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하십니다. 또 예수님은 뒤따르던 군중들을 목자 없는 양들 같이 여기시고 가여워(마르 6,34) 하십니다. 옛 사람들은 예언자 예레미야를 통해 정의를 이루실 하느님을 체험했고 제자들을 통해서는 연민 가득한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제자들 앞에 놓인 세상은 비뚤어진 권력과 자본의 무한 욕망이 다투어 춤을 추는 우상들의 놀이터인 듯합니다. 영문도 모른 채 깊은 바다 속에 수장되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난 아이들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부모들을 조롱합니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굴뚝과 광고탑 그리고 길 위에서 하소연하는 이들의 처지가 눈물겹습니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뿐만 아니라 성경은 곳곳에서 겉치레뿐인 말이나 보상심리에서가 아니라 빵이나 여벌옷도 지니지 않는 비장함으로 제자 된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무관심이 주는 달콤함이나 자기만족에 갇혀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는 삶에서 벗어나 연민과 공감, 위로와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전해줍니다.
공소 교우 여러분. 그리고 농민 형제 여러분! 이번 한 주간만이라도 주님께서 우리 모두의 가슴마다 연민을 가득 담아 주셨으니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갑시다. 그리고 고통을 겪고 있는 곳곳의 이웃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신기동 본당 김영식 요셉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