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다시 시작!
안녕하세요,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즉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지내는 날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 ‘남북통일 기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요즘 날이 더워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가슴을 뻥 뚫어줘야 하는데 오늘은 가슴 답답한 얘기를 해야 하나 봅니다.
그런데 어쩌면 오늘 1독서의 말씀처럼 “내가 오늘 명령하는 대로 너희와 너희의 아들들이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또 너희를 가엾이 여기시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흩어 버리신 모든 민족들에게서 너희를 다시 모아들이실 것이다.”(신명 30,2~3)하시니, 우리가 하느님의 마음을 돌려놓을 만큼 마음과 정신을 다하면 생각보다 답답함이 쉽게 풀리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그럼 생각해 봅시다. 무엇을 하기 위하여 마음과 정신을 다해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2독서의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4,31~32)라는 말씀입니다. 마음과 정신을 다하여 서로를 용서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이 참, 쉽지는 않네요.
용서라는 것이 어찌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그런데 복음 말씀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라고 하십니다. 갈수록 태산입니다.
이쯤 되면 ‘용서고 뭐고 그냥 살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는 살면서 복잡한 일은 적당히 옆에 치워놓고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것을 많이 배웠고, 또 그렇게 하잖아요. 살면서 성질내고, 싸우고, 갈라지고, 벽을 세워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이만하면 됐지’하고 살아가잖아요.
그러나 마음 한쪽에 치워 놓은 그 골칫거리가 해결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지는 않나요. 공동체의 선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지금 다시 그리스도인으로서 오늘의 독서와 복음말씀을 되새겨 봅시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주님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격분과 분노를 내려놓고 용서하라. 형제의 원수! 공동체의 원수! 민족의 원수 관계를 이제 그만 끝내라고 말입니다.
청송 본당 장현준 에프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