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
1. 우리는 온갖 신비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 자체가 신비입니다. 지난 시간 속에 일어난 일들의 의미를 다 알지 못하고, 오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의미도 다 알지 못하며,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신비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갖 신비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삶을 통하여 깨닫습니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있고 또 그것을 뛰어넘는 초월적 영역 곧 하느님의 영역, 하느님의 일이 있다는 것을….
오늘 복음에도 나오지만 농부가 땅에 씨를 뿌리고 자고 일어나는 사이에 싹이 터서 자라지만 농부는 그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르며, 단지 농부는 때가 되면 낫을 댄다는 것입니다. 농부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면 자라서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모든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비롯되고 생명을 자라게 하시는 분도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2. 우리네 삶에도 하느님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인간의 한계는 분명한 것입니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며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의탁할 줄 압니다. 하느님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능력으로 무엇이든 하려하니 힘이 들고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하느님께 의탁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떤 결과이든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 그 손길이 생명을 가꾸고 돌보고 키우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돌보아주시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인간은 삶을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이게 바로 ‘하느님 나라의 신비’입니다.
3.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 작으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마르 4,31-32) 하느님 나라는 처음에는 미소한 듯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 결과는 놀랍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기도, 성경 읽기, 미사참례, 봉사, 희생, 사랑 실천, 정의 구현 활동…. 이 모든 것들이 보잘 것 없어 보이기도 하겠지만 서서히 성장하여 하느님의 은총으로 놀라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4. 우리는 믿음 안에 하느님 나라 곧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나라’, ‘정의와 평화가 흘러넘치는 나라’를 갈망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교회가 대사회 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도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갈망 때문입니다. 각 교구별로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이하면서 5.18 광주민중 항쟁이 일어난 날을 기점으로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 기도회’를 하며 ‘시국미사’를 봉헌한 것도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갈망 때문인 것입니다.
가정이나 공동체나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희생과 노력과 헌신들이 온갖 어려움이나 현실과의 타협 또는 나약한 생각으로 포기하려는 마음도 갖겠지만, 하느님께 희망을 두며 힘이 들더라도 성실히 기도하고 노력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분명 하느님은 열매를 맺게 해 주십니다.
5. 기도는 바른 마음을 갖도록 합니다. 그릇된 마음이나 생각을 바로 잡아 줍니다. 항상 열매를 맺어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성실히 우리가 좋은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 나라를 갈망하며 성실히 기도하고 노력하며 하느님께 의탁한다면 신비로운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 ‘정의와 평화가 흘러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갈망합니다.
목성동 본당 이희정 요셉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