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신비는 사랑의 신비
1. 오늘 교회는 전례를 통하여 삼위일체 신비를 묵상하고, 성삼위이신 하느님께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며 찬미하도록 인도하고 있습니다.
‘삼위일체’라는 말은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각기 다른 위격을 가지고 있지만 한 몸을 이룬다.”라는 뜻입니다. 삼위일체는 알려진 신비 곧 ‘계시진리’입니다. 이 신비를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한 분이신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셨고, 사랑하셨기에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으며 또 그 아드님이 떠나간 뒤에는 당신 자녀들과 함께 하신다는 표징으로 성령을 보내주셨다는 것입니다.
삼위일체의 신비는 구원 역사 안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셨고 지금도 사랑하시는지를 잘 드러내는 신비 곧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부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보내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 3,16)
성자께서는 인간을 향한 극진한 사랑으로 당신의 생명까지 바치시면서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같은 사랑으로 사람들을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주십니다. 이렇듯 삼위일체의 신비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잘 보여줍니다.
2. 하느님은 사랑과 생명으로 충만하십니다. 삼위의 관계는 사랑의 관계이며 사랑으로 인하여 세상이 창조되었습니다. 세상의 탄생은 곧 하느님의 사랑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존재한다는 것은 곧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존재하는 그 속에는 하느님의 숨결과 사랑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나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게 하느님께서 원하셨고 필요로 하셨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생명은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사랑 받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처럼 우리를 소중하게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아껴주십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낄 뿐만 아니라 이웃과 세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처럼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도록 창조하셨습니다.
3. 사랑이 있는 곳엔 분열이 없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듭니다. 우리는 함께 사는 가족, 이웃, 공동체 구성원들을 사랑의 대상 곧 사랑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보도록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감싸주고, 서로 용서하는 사랑으로 우리는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고린도 전서 13장의 말씀처럼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하고 시기하지 않으며 사욕을 품지 않기 때문에,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믿고 바라고 견디어냅니다.”(4-7절 참조)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내어주는 사랑’임을 배워야 합니다. 성격과 생각, 삶의 방식, 추구하는 삶이 서로 다른 가족, 이웃, 신자들과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은 내어주는 사랑밖에 없음을 배워야 합니다. 내어주는 사랑의 삶을 통해 성삼위께서 나누시는 내밀하고도 친밀한 사랑의 삶에 참여합시다.
목성동 본당 이희정 요셉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