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목자이신 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해마다 교회는 부활 제4주일을 ‘성소 주일’로 지냅니다. 성소(聖召)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즉 ‘교회 안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 병을 고치는 사람 등 저마다 받은 은사에 따라 다양한 일’(1코린 12,27-28 참조)을 수행하게 됩니다. 성소 주일은 바오로 6세 교황께서 1964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기간 중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8)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제정하였습니다. 오늘은 특히 성직자와 수도자를 지망하는 이들 그리고 복음 선교를 위해 투신하는 이들을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주일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착한 목자입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습니다.”(요한 10,11)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시대에 이스라엘은 ‘목자와 양떼의 관계’가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물론 농경사회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그 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은 착한 목자로써 양들을 위해 십자가의 희생과 죽음을 통해 하나밖에 없는 생명까지 기꺼이 내어 놓으셨습니다. 자의(自意)에 반(反)하여 목숨을 빼앗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목자로 파견하신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는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삶이었습니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착한 목자의 뒤를 따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듯이’(요한 12,24 참조) 양들을 위해 처절하게 살아내야 합니다. 또한 예수님은 삯꾼과 같은 나쁜 목자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나쁜 목자는 늑대가 나타나면 양들을 돌보지 않고 위험이 닥칠때 버리고 도망칩니다.’(요한 10,12 참조) 옛날이나 지금이나 길을 헤메는 양들이 있습니다. 다함께 진통을 겪으며 신음하는 양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 사회의 양극화로 소외된 가난한 이들, 이민자들, 해고 노동자들, 무분별한 수입개방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2015년 교구장 부활절 담화문 참조) 이러한 사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반성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양떼를 흩어놓으려는 늑대들에게서 우리에게 맡겨진 양들을 보호해야 하며”(복음의 기쁨 171항), “ 여러분은 양의 냄새가 나는 목자가 되십시오.”(2013년 3월 28일, 성유 축성 미사 강론에서) 그리고 에제키엘 예언자는 ‘목자가 양들에게 생명을 주고 또 주어 생명이 넘치도록 하는 것을 목자의 사명으로 삼아야 하며 나아가 양들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달려가야 한다’(에제 34,15-16 참조)고 전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하느님의 자녀로 불리움을 받았습니다.”(요한1서 3,2) 여러분은 하느님께 불리움을 받은 자녀답게 살아가야 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우리의 구원은 오직 예수님에게서 온다고 선포했으니(1독서), 예수님을 알고 믿읍시다. 그리고 예수님을 희망하고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특히 성소주일인 오늘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닮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많이 나오도록 진실로 기도합시다. 또한 ‘여러분이 기꺼이 복음에 따라 살아가는 곳에서 사제성소와 봉헌생활 성소가 많이 탄생됨’(바오로6세, 1964년 4월 11일, 라디오 담화)을 기억합시다. 감사합니다.
공검 본당 김도겸 아론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