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흔적을 찾아보면….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대축일 기쁘게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부활 제2주일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부활 제2주일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은 토마스 사도의 일화입니다. 극적 반전이 있는 에피소드여서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게 됩니다.
한 주일 전 토마스 사도가 외출하고 없을 때, 다른 제자들만 있는 자리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토마스가 돌아왔을 때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고 말했지만, 토마스는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토마스는 모두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고 하니까, 만남 자체는 부인하지 못하고 예수님의 손바닥과 가슴의 상처를 언급하면서 동료들의 말을 못 믿겠다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토마스의 이런 태도를 두고 속으로 답답해 하셨던 것 같습니다. 여드레 후에 발현하신 예수님이 곧장 토마스 사도를 향해 가셔서 말을 건네신 것을 보면 그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 네 손가락을 여기 대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요한 20,27) 이러시는 예수님 앞에서 토마스 사도는 손으로 확인하기는 커녕 그냥 무너지고 맙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바로 그 때 예수님은 심중에 하고 싶은 한마디를 보태십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이 말씀은 토마스에게 말씀하시지만 사실상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서 예수님을 믿어야만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하시는 말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지 않고 예수님의 부활을 믿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격려가 되는 말씀이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시지만, 실제로 예수님의 제자들 중 아무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지 않고 예수님의 부활을 믿었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처음에는 예수님 부활을 믿지 못했는데,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야 믿게 되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하나같이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도 믿지 못하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야 확실히 믿게 되었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예수님을 믿으며 살아가는 우리는 확신차원은 아니더라도 예수님 부활을 매일 고백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고백하며 세례를 받았고, 미사나 기도를 드리면서 예수님의 부활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각자는 좀 더 확실하게 주님 부활을 확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믿음의 부족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믿음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좀 더 분명한 주님 부활에 대한 체험을 갈망하는 우리에게 교회는 예수님의 부활을 이웃에게 선포하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예수님의 명령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우리 교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교의 해’로 정하고 이웃에게 선교하라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믿음의 부족을 절실히 느끼는 우리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비신앙인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조금이라도 감잡도록 도와줄 수 있는 무슨 표징 같은 것은 없을까요? 믿음 부족한 우리에게도 확신을 갖게 해주고, 우리에게 예수님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이웃에게도 도움이 되는 무엇은 없을까요? 예수님이 말씀하시길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이 복되다 하셨다’라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그래도 예수님의 부활을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예수님의 부활의 흔적 같은 것을 말해 주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활의 흔적이라는 말이 어폐가 많지만 그냥 사용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있음을 발견한 제자들과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했던 동료들의 증언을 들었던 예수님의 제자들마저 처음에는 부활을 믿지 못했다가 나중에 믿게 되었다는 성경의 증언이 일차로 부활의 흔적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에 제자들은 슬픔과 절망 상황이었는데, 예수님 부활을 체험하고 난 뒤에 기쁨에 찬 상태가 되었으며 특히 성령을 받은 이후에는 용기 가득한 선교사가 되어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했다는 성경의 내용에서 부활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예수님의 부활을 고백하다가 순교한 제자들을 위시하여 세계교회사와 한국교회사 속의 여러 순교자들에게서 부활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죽어가며 예수님의 부활을 고백하는 사람들에게서 진한 확신을 느끼게 되니까요.
네 번째, 교회사에서 면면이 이어지는 성소의 흐름, 청춘 바쳐 주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하는 사제 수도자들의 존재와 삶이 주님 부활의 흔적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삶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자발적으로 성소의 길을 가게 되는 것에도 부활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며 사랑과 정의를 위해 투신하는 사제들과 신자들의 모습이 부활의 흔적을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 안중근 의사, 김수환 추기경님, 이태석 신부님 등 그 외 많은 훌륭한 신앙인들에게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하루 지내시면서 주님 부활의 흔적을 찾아봅시다. 그리고 이웃에게 선교할 때 어떻게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 표현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봅시다. 내친김에 ‘내가 주님 부활의 흔적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 보자’는 결심까지 해보면 더욱 좋겠습니다. 우리가 예수님 가르침 따라 진실하게 살고 사랑과 정의 그리고 평화를 위해 투신하는 삶을 살 때 그것이 이웃에게는 주님 부활의 흔적으로 보여질 수 있을 테니까요.
교구 사무처장 김학록 안셀모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