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행
오늘은 예수님께서 마지막 길을 가시기 전에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하시는 날입니다. 이 자리에 걸맞은 예수님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한 곡 부탁하면 어떤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최성수 작사, 작곡, 노래인 ‘동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 아는 노래지만 가사를 적어 봅니다. 한 번 마음속으로 만찬상과 겟세마니 동산의 예수님을 생각하며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내겐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그날을 생각하자니 어느새 흐려진 안개
빈 밤을 오가는 마음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빈 가슴 채울 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살아있는 날까지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빈 가슴 채울 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살아있는 날까지”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이 세상 사람들이 새롭게 되어 구원된 나라 천국을 만들고 싶으셨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제자들을 가르치며 동행시키셨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는 동행의 길에서는 아버지께서 주신 사명을 다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쉽게 도와 줄 사람들로 보였던 대사제들, 율법학자들은 권력과 재물에 눈이 어두워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리게 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많은 사람들은 병마와 가난에서,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기만을 바랐을 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돌아온 것은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주기에는 너무도 캄캄했던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그 길을 가셔야만 한다는 것을 아신 예수님의 마음은 최소한이라도 작은 동행을 바라셨을 것입니다.
그러한 예수님에게 겟세마니 동산은 홀로 헤매던 텅 빈 빈 밤이었고, 혼자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워 오락가락 하며 잠시 마음이 흔들렸던 장소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 고민하며 그 어둠에서 외로워 헤매었던 미로였고, 그 길은 정말 무섭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그러한 시간 이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당신의 텅 빈 가슴을 조금이라도 채워주고, 함께 하며 울어줄 사람, 당신 사랑의 목마름에 미량의 물이라도 주며 아픈 마음에 동참하여 동행해 줄 사람을 간절히 바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작은 만찬이지만 그동안 너무나 사랑했던 제자들과 함께 하며 사랑을 확인시켜주셨고,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2,23-25)라고 하시며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우리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시고, 미사를 통한 성체로 우리와 동행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고생하며 잠시나마 동행했던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며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라고 하시며 제자들을 위로해 주시고 나누고 섬기는 삶에 동행해 줄 것을 당부하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이 간절한 동행의 메시지가 여러분들에게는 어떻게 들리십니까?
예수님을 믿고, 천국을 바라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주일을 지키는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매년 이렇게 예수님의 호소를 듣고 부활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부활에는 예수님께서 다시 빈 마음과 홀로가시는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이 되지 않도록 저희가 동행하여 예수님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게 해 드립시다. 그리하여 매년 의미 없이 맞는 부활이 아니라 예수님과 동행하여 함께하는 더욱 행복한 새로운 부활을 맞이하도록 합시다. 아멘
사회복지회 남정홍 스테파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