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상정(人之常情)의 맘으로
교형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연중 제30주일입니다. 벌써 시월의 마지막 주일로서 묵주성월의 끝자락이자 강추위가 닥칠 문턱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못 다한 묵주기도 바치며, 추워질 것 대비하여 월동준비 하셔야 하겠습니다.
예전에는 날씨가 추워지는 연말연시가 되면 가난한 이들이 엄동설한에 얼어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자선냄비에 돈 천 원씩이라도 넣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겨울이 오면 스키를 생각하고, 따뜻한 오두막에서 마시게 될 술 한 잔과 겨울 낚시를 생각하지 추위에 고생할 가난한 이웃들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고 반성해 보게 됩니다. 여유가 있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마음이 오히려 사라지는 것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러한 우리에게 오늘 복음과 독서는 가난한 이웃들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신 사랑을 베풀어보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제1독서는 참 많은 감동을 줍니다. 이방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이방인으로 살았으니,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가난한 이방인들에게 잘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덮을 것이라고는 그것뿐이고, 몸을 가릴 것이라고는 그 겉옷뿐인데, 무엇을 덮고 자겠느냐? 그가 나에게 부르짖으면 나는 들어줄 것이다. 나는 자비하다.”(탈출 22,26) 가끔 우리는 가난한 사람이 기댈 것이라고는 그것 밖에 없는데 그것을 가지고 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자신에게는 풍족하여 필요치 않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이불장에는 이불이 많이 쌓여 있지만, 어떤 이는 이불 한 장 없이 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돈을 빌려줄 때에도 안 받을 듯이 빌려주어야 하는데, 보통의 우리는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그 사람을 산 것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돈이 힘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이러한 교만을 조심해야 합니다. 돈은 윤활유가 되어야지 힘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인지상정(人之常情, human nature; human feelings; humaneness; humanity)이라는 말을 합니다. 인간애(人間愛)를 포함하여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통의 마음이나 감정이라고 풀이되는 이 人之常情을 우리는 풍족한 세상에 살면서 많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요즘은 물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돈이 풍부하다는 말도 합니다. 참으로 자본(돈)과 물질이 풍요로운 세상입니다. 이러한 풍족한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바로 인간 본연의 마음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人之常情”, 인간의 본연의 마음을 찾아야 할 듯합니다. 겨울이 되면 추위에 떠는 이웃이 없는지 돌아보고, 봄이 되면 굶고 있는 이웃은 없는지 돌아보며, 여름이 되면 더위에 고생하는 이웃은 없는지 돌아보고, 가을이 되면 추수한 것을 나눌 이웃이 없는지 돌아보는 넉넉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그러한 세상에서 살아보라고 하느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독서와 복음을 통하여 말씀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따뜻하게 지내시고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도 따뜻하게 지내는지, 병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돌보아 주는 한주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삶으로 모든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는 교형자매님들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이 곳곳에 알려져서 우리가 지향하는 하느님의 나라를 앞당겨 살아가는 안동교구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멘.
가톨릭상지대학교 교목처장 이희복 미카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