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과 정성으로”
사방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몰려왔습니다. 애타게 당신을 찾고, 당신 말씀을 들으려 몰려든 군중을 보고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의 필요를 하나씩 하나씩 채워주셨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들의 질병을 치유해주시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배고픔’의 문제였습니다. 배고픔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제자들이 당황하며 예수님께 제안합니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스스로 마을로 가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마태 14,15) 수없이 많은 배고픈 군중 앞에서 제자들이 당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예수님께 그렇게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고민에는 아랑곳 않고 대책 없는 명령을 내리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는 제자들, 그들 눈에 예수님이 어떻게 보였을까? 충분히 상상이 가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가진 작은 것들을 통해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큰 기적을 이루십니다. 복음의 표현대로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군중의 배고픔을 말끔히 해결하시고,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찬 조각들을 거두기까지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이 말씀들 안에서 저는 빵과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시는 예수님의 모습에 주목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 건네진 빵과 물고기를 그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시지는 않으셨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군중에게 나누어주게 하셨습니다. 저는 이 모습 안에서 빵 나눔의 작은 행위를 실천하시면서도 온 정성을 다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분께서는 ‘진심으로’ 빵과 물고기를 나누셨습니다. 그저 적선하듯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신 것이 아니라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실 만큼 정성을 다해, 온 마음으로 군중들의 배고픔을 어루만지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시는 모습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배고픈 군중들을 사랑하고 계심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고해성사를 보러 오는 신자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동냥을 줘 봤습니까?”라고 묻곤 하셨습니다. 그 사람들이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하면 교황님께서는 다시 “그러면 동냥을 받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습니까?”라고 재차 물으셨습니다. 그러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교황님께서는 계속해서 이런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렇다면 길에서 구걸하거나 동냥을 받는 사람들의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아본 적은 있습니까?” 그러면 거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붉어진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눈을 맞추고 손을 잡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지 돈만 던져주고 가 버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는 것입니다.
미사 때 성체 분배를 하시는 어떤 주교님의 모습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주교님의 모습을 닮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성체를 손에 들고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외치십니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시며 성체를 정성스럽게 신자들의 손에 내려놓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영성체 하는 내내 그 주교님의 모습을 바라봤는데,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모든 신자들 하나하나에게 미소를 지으시며 성체를 분배해 주셨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정성스럽게 성체를 분배할 수 있을까?” 라는 감탄이 절로 솟구쳤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배고파하는 이들에게 빵과 물고기를 나누시며 정성을 다하고 계십니다.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군중에게 나누어주게 하십니다. 그것을 받아먹은 군중들이 얼마나 기뻐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자신들이 참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행복해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군중들은 빵 한 조각 받아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그들에게 빵을 나누시는 예수님의 모습 안에서 이미 충분히 배불렀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모든 사랑의 행위 속에 우리의 정성, 우리의 진심이 가득 배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목국 차장 우병현 마태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