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통해 얻은 보물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나라를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값진 진주에 비유합니다.
귀한 보물과 값진 진주를 발견한 사람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삽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발견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을 버리면서 그것을 얻으려 노력한다는 비유말씀입니다.
우리가 제1독서로 들은 열왕기(3,10-11)는 이렇게 말합니다. ‘솔로몬이 이렇게 청한 것이 주님 보시기에 좋았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네가 그것을 청하였으니, 곧 자신을 위해 장수를 청하지도 않고, 그 대신 이처럼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하였으니, 자, 내가 네 말대로 해 주겠다.’ 솔로몬은 부도 명예도 장수도 아닌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하느님께 청합니다. 솔로몬이 다른 것을 모두 포기하고 지혜를 청한 것은 지혜롭게 분별하는 마음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옳은 것과 거룩한 것이 무엇인지 식별할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혼란스럽고 인생은 행복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솔로몬이 찾는 지혜는 하느님 나라의 참 행복을 얻는 지혜이며, 그래서 값지고 하느님 마음에도 드는 보물입니다.
예수님의 보물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이 죽기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해서 얻고자 했던 것도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이 그 나라를 발견하고 구원의 기쁨을 누리게 하는 것이 예수님의 보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세상의 온갖 미움을 받으면서도 그 고귀하고 아름다운 가치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사람들을 고쳐주고, 사랑하며 용서하는 일과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무모할 만큼 당신 스스로를 내어주고 쏟으셨습니다.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신앙인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에서 하느님 나라에 대해 알아듣고 그분의 일을 배우며, 자기도 예수님과 같은 실천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나라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사실 적잖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모호하고 막연하다며 답답해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고,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가진 것을 다 버린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생활방식이나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면서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의 진가를 발견한 그리스도인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보람과 기쁨을 이미 맛보고 누리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에게, 예수님은 우리에게 서로서로 귀하고 값진 보물입니다.
언제나 먼저 인간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시는 예수님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나라를 최우선으로 찾아 나서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로마서(8,28)는 말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이는 곧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이며 동시에 그분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인 우리는 모든 것, 그것이 고난과 역경이라 할지라도 다함께 작용하여 구원이라는 목적을 달성한다는 확신에 찬 말씀입니다.
우리 인생의 밭 속에 숨겨진 최고의 보물은 하느님이고, 그 보물은 우리의 자유로운 헌신과 포기를 통해 얻어지는 것입니다. 상처를 통해 얻은 보물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아멘.
점촌동 본당 권중희 베드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