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살리고 도와주시는 하느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를 밀과 가라지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좋은 씨를 뿌리셨습니다. 그러나 밀 사이에 가라지도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밀은 인간의 선함이요 가라지는 악함입니다. 이 비유 이야기는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를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우리가 믿고 섬기는 하느님은 사람을 쉽게 심판하고 제거해 버리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약점을 너그럽게 돌봐주시고 우리를 살리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그분을 판단하고 심판하는 무서운 분으로 인식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타인의 처지나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의 판단과 결정으로 조급하게 악을 뽑으려는 마음도 강합니다.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마태 13,28)라고 오늘 비유의 종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29)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하느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하느님은 밀도 가라지도 살리고 자라게 하는 분이십니다.
밀과 가라지는 우리가 지닌 양면성을 표현합니다.
밀과 가라지의 세계는 우리 안에서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잘 가꾸어야 하는 영혼의 정원과도 같습니다. 밀은 양식이 되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지만, 가라지는 자기만 살려하고 오히려 주변에 피해만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라지로 살지 않고, 밀로 살아서 다른 생명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다짐을 하며 성령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제2독서로 들은 로마서(8,26)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령께서도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영께서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심을 믿고 자신의 약점을 구체적으로 성찰하고 그것을 성장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도록 합시다.
끝까지 가라지로 남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과 책임입니다. 수확 때가 되어 뽑혀서 불에 태워지는 것을 하느님은 원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생명을 돌보고 살리는 일을 실천하여 그분이 하시는 일에 협력하기를 우리 대신 기도하며 기다리고 계십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생명을 뿌리고 자라게 하는 농민들을 위해 기도하는 주일입니다.
생명의 하느님을 믿고 섬기며 그 신앙으로 농사짓는 모든 농민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그리고 땅과 강과 바다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농민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생명을 살리겠다는 고백을 새롭게 합시다. 주변 사람들을 외면하고 그들을 돕는 데에 인색하면서 자기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하는 가라지가 되지 말고, 하느님께서 뿌리신 밀로 자라서 이웃을 위해 도움이 되는 살아있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아멘.
점촌동 본당 권중희 베드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