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예수님은 농부들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에 비유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렸는데 어떤 것은 길가에 떨어지고, 어떤 것은 돌밭에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에 떨어져서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백 배, 육십 배, 삼십 배의 열매를 맺습니다. 같은 복음을 선포하지만, 받아들이는 땅에 따라 실패와 걸림돌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비유 전체에서 씨앗의 운명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 사정은 조금씩 좋아지고 실패의 확률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씨 뿌리는 농부처럼 활동하시는 예수님은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복음 선포를 그만 둘 생각이 추호도 없는 듯합니다.
예수님의 이런 모습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성공을 보장 받고 싶은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십니다. 진정한 성공에는 그 안에 수많은 실패가 내포되어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실패의 전문가라 불리는 에디슨은 전구를 만들기에 수천 번 실패하고도 오히려 전구를 만들 수 없는 방법을 수천가지 알아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실패한 것을 소중히 여기고 거기에서 더 많은 배움과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선교의 해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선교가 부진하고 성과가 없다고 너무 낙담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일과 하느님의 말씀이 아무런 열매도 맺지 않고 헛된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제1독서로 들은 이사야서(55,10-11)는 이렇게 말합니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고 만다.” 하느님으로 말미암은 우리의 선교 노력과 실천이 끈질기게 뿌려진다면 그것이 반드시 결실을 거두리라는 확신과 희망을 주시는 말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우리가 비관주의와 낙담 앞에 물러서지 말고 땅 끝까지 복음을 펴기 위해 끈질기게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도록 촉구하십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복음 선포는 수많은 실패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의 딱딱하고 거칠고 답답한 마음을 깊이 갈아엎으시고 복음의 씨앗을 뿌려 열매를 맺게 해주십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안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여러 가지 시련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결실을 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집시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고 섬기면서 나날이 희망적인 사람이 되어가야 합니다.
선교의 성공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서 나타나듯이 인간의 힘으로 실현되고 인간의 눈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복음의 씨앗을 뿌리시는 예수님의 확고한 믿음을 본받아 우리 모두 희망의 씨앗이 되도록 합시다.
점촌동 본당 권중희 베드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