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인은 나처럼 지금 목이 마르구나…’
‘저 여인은 사마리아 사람이구나… 사마리아 사람은 유대인들이 그렇게나 무시를 하니 저 여인은 내가 반갑지 않겠구나… 사마리아 사람은 하느님도 모르고 산에다 예배를 올리는데… 저 여인은 어디다 기도하는지도 몰라 하느님이 궁금하겠구나… 유다 사람이나 사마리아 사람이나 여자는 부당한 대우를 자주 받을 텐데… 저 여인도 삶이 힘들겠구나… 특히 저 여인은 남편도 다섯이나 있었고, 지금은 정식 남편이 아닌 남자랑 살아서 근심거리도 많겠구나… 그리고 저 여인은 나처럼 지금 목이 마르구나…’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알던 사람을 만나듯 예수님은 그녀와 깊이있게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이 너무 신기해서, 나름대로 예수님이 그녀를 보고 이 정도는 미리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싶은 것들을 나열해 봤습니다. 나열한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저 여인은 나처럼 지금 목이 마르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목마른 예수님이, 물을 찾은 여인을 보고 ‘갈증’을 공감하셨습니다. 그리고 더 관심을 갖으며 ‘그녀의 깊은 내면’까지 보셨습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예수님은 ‘사마리아 사람들의 내면’까지 보셨고, 그들에게 꼭 전해줘야 할 기쁜 소식을 전하여 그들이 기뻐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내가 물을 찾지 않아도 목마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목이 마를 때 똑같이 목마른 사람을 보면 조금 더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공감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예수님만큼 내공이 된다면 내가 놀고 있어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목마른 예수님의 방법이 우리에게 남을 공감하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이 요즘에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사순시기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수님의 고통을 내 고통인 것 마냥 느껴보는 시기가 사순시기입니다. 내 욕심을 메우기 보다 그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희생해서 잘못된 것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일을 용기있게 해내고, 손이 닿지 않는 사람이나 일에 사랑을 실천해보면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나처럼 무엇무엇 하셨구나!’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 점점 더 예수님께 관심을 갖고 다가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 깊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랑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사순시기의 중반을 넘고 있는 우리에게 사순절을 보내며 지키고 있는 나의 약속들이 사실은 예수님의 마음을 읽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시고 열심히 지켜나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송현동 본당 보좌 김지성 안토니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