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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부활 제3주일(이민의 날)] 엠마오, 나눔의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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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 나눔의 체험
    


예수님께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날,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11km 정도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떠나고 있습니다. 스승님으로 모시던 예수님의 죽음은 그들에게 실망감과 허탈한 마음을 주었고, 침통한 표정으로 예수님의 무덤을 뒤로 하고 떠나갑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들에게 다가가 함께 걸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에게 다시 성경 말씀으로 당신의 부활을 알려줍니다. 그 말씀이 온전히 예수님을 알아보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루카 24,29)하고 예수님을 맞아들이게 합니다. 그 초대로 예수님은 그들과 식탁에 앉으셨고 빵을 들어 찬미를 드리고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십니다. 그때서야 제자들은 스승인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길에서 들은 예수님의 성경 말씀으로 자기들의 마음이 타올랐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부활 체험으로 그들은 다시 예루살렘의 제자 공동체로 돌아가게 되고, 서로의 체험을 나누며 믿음을 키워갑니다.

이렇게 ‘엠마오’라는 마을의 이름은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는 장소를 상징하게 됩니다. 그런데 엠마오 이야기의 흐름은 마치 우리가 드리는 미사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예수님께서 두 제자에게 다가오시어 성경 말씀을 들려주시고 설명해주십니다. 그리고는 그들과 식탁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빵을 나누어주십니다. 우리 또한 미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에 대한 설명과 이해에 도움을 받습니다. 말씀을 들으며 조금씩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어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이러한 사랑의 체험은 예수님의 나눔에서 시작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자기 자신을 나누신 것처럼 누군가는 먼저 나눔을 실천해야 사랑의 체험이 가능합니다.

신앙생활 안에서, 사회의 모임 안에서 우리는 나눔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의 체험을 불러오는지 체험할 수 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자기의 것을 나눌 때, 다른 이들은 자기 마음에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나누지만, 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씩 나누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누군가에게 받는 기쁨을 체험하면서 나눌 수 있는 마음의 풍요로움이 생겨납니다. 나눔은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가지고 있는 재물을 나누기도하고, 기쁜 마음과 환한 미소가 되기도 합니다. 또 자신의 신앙 체험이 되기도 하고, 함께 하려는 공감과 배려가 되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맞이한 우리에게 말씀을 들어도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고, 성체를 모셔도 무미건조한 마음만이 있다면 우리에겐 엠마오로 가는 길의 여정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무한한 나눔과 사랑을 깨닫는 것만이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의 체험으로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고, 다시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면 우리는 엠마오에 서 있게 됩니다. 엠마오의 길을 걷듯 세상에서 나눔이 있는 곳, 사랑이 있는 곳을 찾아가십시오. 그리고 공동체로 돌아와 예수님께서 나누어주신 것을 곁에 있는 이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그 나눔이 풍성해 질수록, 나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공동체에는 예수님의 모습이 더 뚜렷이 현존합니다.



춘양 본당 김요한 요한 신부